2010. 12. 29. 10:57ㆍ카테고리 없음
그녀..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내 운명에서 달아나고 싶었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를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서난영.. 그녀는 이미 내 운명에 깊숙이 박히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윤이를 통해서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성윤이가 아니더라도 난영은 나에게 이미 예정된 운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꿔 말해서 그녀 자체가 이미 내 운명이라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봄방학 어느 오전 햇살 좋은 날이 였습니다
학원에 일찍 출근하고 청소를 끝내고 기보를 놓아보던 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서난영 그녀였습니다
물론 처음은 성윤이 예기 였습니다
수화기에 들려오는 그녀 목소리가 참으로 맑다는 느낌이 느껴졌습니다
그러고 성윤이 예기가 끝날 무렵 그녀는 "선생님 사모님이 싫어하겠어요? 학원에 너무 열중하셔서.."
참으로 난감하였습니다 한참 뜸 들이다가 "지금은 혼자 사는 게 편해서요"라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아니 사모님은요?" "사별하였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대화 였습니다 지금도 내가 왜 그런 얘기를 그녀한테 하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것이 빌미가 되었다면 빌미였습니다
그다음은 부터 난영은 오전에 전화하는 빈도가 많아졌고 그녀 자신 이야기도 많이 하였습니다
주로 자신에 관한 사소한 것들 고향이 어디며 취미는 독서며.. 사람들이 자신을 외향적으로 보지 민 자신은 지극 내성 적으란.. 등
물론 학원에 찾아오는 빈도도 많아졌습니다
짙은 피부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 웃을 때 보이는 하얀 치열..
가끔 깊은 눈을 반짝이며 보는 끈끈한 미소가 달라졌다면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에는 그런 것들이 연민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뒤통수에 꽂혔던 그녀의 눈빛도.. 연민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당시 모든 것이 닫혀있었던 나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학원으로 걸려왔습니다
서난영 그녀였습니다
"선생님 여기 제부도예요" "어쩨 거기가셧어요?"
"모임이었는데 너무 추워요 거기 가고 싶은데 선생님 있는 데로.." ".... 오셔요 그럼.."
"그럼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식사하지 말고 기다리셔요 정심 같이하게"
공중전화였습니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화기를 놓고 갑자기 멍해졌습니다 수 회기 넘어 그녀 음성은 마치 아침이슬이 햇살에 부서지듯 투명하였고
언젠가 강원도 모교 교정에서 들렸던 실로폰 소리처럼 맑은 수포가 터지듯 내 귀에 부서졌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려 창을 열었습니다
2월이지만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때렸습니다
서난영 그녀가 내 운명에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