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8. 11:43ㆍ카테고리 없음
나의 기억을 얘기하려면 그해 사계절을 빼놓고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우연히 뒷산 텃밭에 올라 당시 고한을 둘러싸고 있는 정경을 보았습니다
그 정경은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내 기억에 흐릅니다
박심 골좁은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은 은색 띠를 이루고 있었으며 가끔 울창한 숲에 가려 이어지지 못하고..
멀리 삼봉 골 쪽에는 커다란 물레방아가 돌고..
언제나 해가 뜨는 함백산은 웅장 그대로였습니다
산맥 곳곳이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는 키 크고 장엄한 전나무가 빽빽이 숲을 이루었습니다
여기저기 산마루 평한 한 능선에는 원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하얀 메밀밭이 아스라이 기억을 이루고 있었으며..
집 앞에 흐르는 냇가는 온갖 수목과 수초들이 너무나 무성하였으며 가재 피라미 열목어 등 산천어들이 풍성했습니다
봄은 물레방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레방아 넘어 삼봉 쪽 작은 구릉에는 원주민 가구가 살았는데 그 뒤편은 평영한 작은 능선을 이루고 있고 4월 말이면 농가 뒷산은 참꽃으로 붉게 물들었고
신록 듬성듬성 분홍빛 산 살구꽃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아직도 그런 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함백산 꼭대기에는 영원히 녹지 않을 듯한 잔설이 정상 부근 봉우리에 5월 중순까지 아우러져 있었으며 봄은 함백산 협곡 하천에서부터 시작되는듯하였습니다
그 당시 봄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3월 말부터 느끼는 봄은 4월의 변덕스러운 계절을 거쳐 5월이 오면 당시 고한읍의 산과 들은 환상으로 변합니다
난 아직도 당시 나의 유년의 5월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원하는 데로 된다면 죽음까지 가지고 싶은 기억입니다
나는 한때 개발이란 단어를 혐오하였습니다
그것은 당시 고한의 5월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박심골쪽에는 당시 고한으로 봐서는 꽤 넓은 들녘이 있었습니다
박심 골에서 흐르는 맑은 하천 둔치에는 원주민들이 짓던 작물 파종 이 5월이면 싹이 나는데
아지랑이 피는 박심 골 계곡과 절묘하게 어울렸었습니다